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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D 더하기 1일은 숨가쁜 이동의 연속이었다. 반격에 실패 덧글 0 | 조회 50 | 2019-09-05 16:29:54
서동연  
이튿날 D 더하기 1일은 숨가쁜 이동의 연속이었다. 반격에 실패한 지원 연대를 따라 이중위가 소속된 야포대도 삼십 마일이나 뒤로 밀렸기 때문이었다. 오전 동안에 긴급 방열이 두 번, 게릴라 출현이 한 번, 그리고 적의 경비행기가 투항을 권고하는 전단을 뿌리고 사라졌다.“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당신은 좋은 여자였어.”“물론 그는 남의 원통기 모터를 훔쳐 팔아 먹었소. 그러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반드시 범죄가 성립하는 건 아니쟎소?”“그게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줘두요? 또는 낡고 억지스런 세게를 부수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두요?”“아니야, 전혀. 그건 역시도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여기보다 더 좀 관례가 다른 부대로 전입을 가는 정도에 불과해. 이 시대에는 이미 순수한 개인이란 존재할 수는 없어. 어디를 가든 우리는 집단에 소속하게 되어 있고, 그 집단은 또 나름대로의 위계와 규율을 우리에게 강요할 거야. 예를 들어 우리가 취직을 한다는 것은 대대장이나 사단장이 전무나 사장으로 바뀌는 정도야. 명칭?우리가 새로 술판을 벌이는 것을 아무래도 탐탁치 않다는 눈길로 보고 있던 장양이 다시 일어나며 나머지 둘을 재촉했다. 그때는 그 둘도 예외없이 몸을 일으켰다. 짙은 화장이며 야한 복장과 스스로 한 자기소개는 물론 우리와 함께 흐드러지게 놀며 오후를 보낸 그녀들이고 보면 약간은 예상 밖의 행동이었다. 무언가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는 기분이면서도 영남이와 나는 막연히 상철이 녀석의 얼굴만 살폈다. 그러자 녀석의 눈길이 문득 음훙해지더니 우리에게 찡긋 알 수 없는 눈짓을 하고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과연 크다. 쓰러뜨리기만 하면 근래에 드문 수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상대의 몸은 질긴 가죽과 두터운 털로 덮여 있고 발톱과 이빨은 날카롭다. 나는 바짝 긴장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소한다. 이 거대한 맹수 자신은 지금까지 또 얼마나 많은 다른 사냥감을 덮쳤던 것일까. 어쩌면 아침만 해도 몇마리의 연약한 들짐승을 해치웠으리라.
나는 조금 전에 네 어미가 들어오는 줄로 알았다.그렇게 탄식하는 석담 선생의 얼굴에는 자못 처연한 기색이 떠올랐다.그러나 고죽은 그 말을 듣자 억눌렸던 심화가 다시 솟아 올랐다. 스승의 그같은 표정은 그에게는 처연함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만만함으로 비쳤다.“거기다. 모두 내려놓아라.”“작전중이야. 술은 됐어. 오늘만은 그놈의 절망을 절제해라.”“짐작은 했지. 잘 됐시다. 자, 그럼 피차에 별로 손해볼 일도 없으니 지금부터 화끈하게 놀아 봅시다. 약하고 없는 사람끼리 하루쯤 서로 위로하며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요.”“스탠드가 어디 있는 것을 보았는데 한번 찾아보겠습니다.”보병의 행군에서도 그렇지만 차량행군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이상한 현상이 있다. 앞차가 시속 오십 마일로 달리면 십여 대 위의 차량은 육칠십 마일을 내야 한다. 그러나 당황한 이중위는 더욱 속도를 냈고 투덜거리면서도 본부는 미친 듯이 뒤따라왔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갑자기 전면에 약간 긴 교량이 나타나고 멀리 도회의 불빛이 보였다. 연천이었다. 아차, 싶어 차를 세우고하지만 무엇보다도 알 수 없는 것은 바로 그녀 자신이다. 면회온 양형은 뒤늦게야 내가 숨겼던 칙칙한 부분까지 다 듣고난 후에 그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그 뒤 고죽은 노한 스승의 용서를 받는데 꼬박 이년이 걸렸다. 처음 문하의 끝자리를 얻을 때보다 훨씬 참기 어려운 혹독한 시련의 세월이었다. 그리고 지금 올려보고 있는 글귀는 바로 그 감격적인 사면을 받던 날 석담 선생이 손수 써서 내린 것이었다.그는 어리석고 무지한 탓에 한 평의 땅이라도 더 만들려다 나랏법을 어기게 됐다는 것, 개간지 주위에 있는 소나무 몇 그루 잡목 몇 뿌리 더 캐낸 것이 이렇게 큰 죄가 될 줄 모랐다는 것, 한 번만 통촉해 주시면 일후 그 열배의 나무를 심어 지은 죄에 값하겠다는 것 등을 다시 늘어놓으면서, 정말로 눈물을 줄줄 흘렸다. 특히 그만을 기다리는 불쌍한 아내와 어린것들을 보아서도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며 흐느낄 때는 나까지도 눈시울이 화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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